1988.9.7 오늘과 내일 '선(善)의 적(敵)은 최악과 최선입니다' 중 발췌
(전략) 정권은 여전히 유신 잔재, 5공 연결의 청산을 주저하고 백성들의 인내만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아직 백성들의 시간과 자기들의 시간을 못 맞추고 말 따로 행동 따로 놀고 있습니다. 민간 쪽에서는 아직 공익과 공준(公準)을 못 찾고 내 사익 채우고, 내 책임 안 지고, 내 한(恨) 푸는 것이 민주요, 자유요, 쟁의(爭義)라는 전형적인 반동, 반민주, 반자율의 미숙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선(善)의 반대는 악(惡)이 되겠지요. 그런데 선의 적(敵)은 무엇이 되겠습니까. 그것은 최악과 동시에 최선입니다. 순수, 완전, 무오류, 신성(神性) 등 최선의 깨끗한 논리야 말로 최악과 가장 친하고 가장 가까운 맹우(盟友)입니다.
우(右)건 좌(左)건 독재 국가, 전체주의 동원 사회, 백성 도구화 조직, 대규모 행사나 집회를 좋아하는 정치는 한결 같이 붉은피 투쟁, 이념, 이데올로기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교육이 짧은 스탈린도, 히틀러도, 김일성도, 마오쩌둥(毛澤東)도 한결같이 당대회에서 세 시간, 네 시간씩 설교하는 이데올로기 교주들입니다. 이데올로기교(敎)가 되면 그 판단 기준은 선악 그 중에서도 절대선과 절대악만이 남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성의 상실이고, 인간의 자연의 파괴입니다. 이 세상의 가장 극렬한 반동은 하느님, 종교,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자연을 악마시하는 절대 위선자들입니다.
K형. 그리고 저나 K형의 친구 되시는 대학의 교수 여러분.
우리의 일부 시대착오적 극좌 광신 이념 학생들에게 인간성의 회복을 도와주십시다. 인간의 자연을 회복하는 방도를 궁리해 갑시다. 대한민국 40년사는 아무리 이들 이념 광신자들이 어른들에게 돈을 던진다 해도 우리들도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게 되어 있습니다. 또 그런 방법으로 좌익 문제가 해결될 수도 없습니다. 집권세력 또는 정치권의 정당성, 도덕성, 합법성이 회복되지 못하는 한 폭력극좌의 시대착오과 낭만의 불똥은 꺼지지가 않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이들 소수의 시대착오가 아니라 이런 시대 착오의 존재가 물리력을 쥐고 있는 북쪽의 김일성과 남쪽의 극우에게 각각 착각과 시대착오를 더욱 강화시키고 비인간, 반민족, 비평화 독재와 폐쇄와 반동을 정당화시키는 구실을 주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은 욕해도 김일성이는 비판하지 못한다'고 호소하는 대학 캠퍼스의 반동이나, 체제 수호라는 이름으로 꼭 버리고 청산해야 할 과거를 개혁 못하는 권력의 반동이나, 이 두 반동으로부터 누가 어떻게 이 나라 중심을 지켜야 합니까. (후략)
24년 동안 이 나라는 참 많이 변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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