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는 '양심수 석방 촉구 콘서트' 같은 데 참 부지런히 다녔다. 그 때마다 들리던 윤도현의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땅, 우리의 노동으로 일터 세운 이 땅에,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중략) 이 땅의 주인으로 살기 위하여"
이 노랫말을 지은 인물은 박노해. 본명이 박기평인 박노해는 '박해 받는 노동자 해방을 위하여'의 준말을 자기 필명으로 썼다. 그는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내며 '얼굴 없는 시인'으로 떠올랐다. 김문수 도지사를 비롯해 수많은 학생들이 노동 현장으로 뛰어 들게 만든 장본인이 그였다.
혁명을 허락하지 않는 1980년대 사회주의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었고, 박노해는 1991년 3월 12일자 신문에 실린 구속 소식으로 자기 얼굴을 알린다. 결국 무기수가 된 그는 감옥 담장 넘어 사회주의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후 특별 사면으로 풀려난 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사회주의 활동을 접었다. 혹자는 그를 변절자라고도 한다. 그 말을 들으면 박노해는 사형을 구형받았을 때처럼 "영광입니다"하고 말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