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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C로 떠나버려!


우연히 엔하위키 미러에서 'BYC'라는 표현을 본 게 잘못이었습니다.


경상북도의 봉화군(Bonghwa), 영양군(Yeongyang), 청송군(Cheongsong)을 아울러 부르는 이름. 경북의 대표적인 낙후지역, 두메산골로 전라북도의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과 종종 비교된다. 경북에 BYC가 있다면 전북엔 무진장이 있다.


이 BYC 지역은 전국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지역이다. 기본적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을 가는 데에만 4~5시간이 걸리는 데, 이것은 직선 거리상 훨씬 먼 전라남도,경상남도 지역을 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슷한 것이다.


때마침 겨울 휴가지를 정하지 못한 상태였고 '그럼 BYC로 한번 가볼까?'하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때 무작정 기차역에 가서 '몇 번째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몇 번째 역에 내린다'는 식으로 여행을 떠난 일이 종종 있었거든요. 그때 알게 된 사실은 어느 곳이든 최소한 오래된 절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회사 최고 문화재 전문가 선배께 도움을 청하고 인터넷 검색을 거쳐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당연히 갈 곳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이 세 지역에 볼 게 많았다면 '전국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지역'이 되지는 않았겠죠. 그 결과 공교롭게도 한옥 사진만 잔뜩 찍었습니다.


사실 찍는 저도 구도가 너무 똑같아서 지겹기는 했는데, 사실 한옥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그 특유의 멋을 살릴 수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공부해야겠습니다.) 게다가 손에 아이폰을 쥐고 있으니 카메라(DSLR)를 꺼내기도 귀찮아서 계속 아이폰으로만 찍었습니다. 그래도 1500㎞나 돌아다니면서 찍은 게 아까워 블로그에 올려둡니다.



송소고택 별채


송소고택은 1880년경 만석꾼 송소(松韶) 심호택이 지은 집입니다. 개화기 이후에 손질한 흔적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 조선시대 상류층 주택 특징을 잘 간직한 곳이라 민속학적인 가치가 높다고 하네요. (저는 여섯 살 때까지 한옥에서 살아서 '고택 체험'에 대한 로망은 없는데 원하시는 이 곳에서 묵으셔도 됩니다.)



진보향교 명륜당


안동에서 청송으로 넘어올 때 이정표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찾아가본 곳입니다. '진보향교'라는 이름에 실없이 성공회대나 한신대를 떠올렸지만 실제로는 진보(眞寶) 향교였습니다. 이 동네 이름이 진보면이거든요. 문이 잠겨 들어갈 수가 없어 이렇게 찍었습니다. (가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_-;;)



영양 서석지


영양 서석지는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원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정원으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다른 블로그에서 보고는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연둣빛이 가득한 계절이 오면 다시 한 번 찾아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실마을 호은종택


영양 주실마을에 있는 호은종택(壺隱宗宅)은 청록파에 속했던 시인 조지훈 선생이 태어난 곳입니다. 무려 조선 인조(재위 1623~1649) 때 지었다고 하네요. 주실마을 전체가 영양군청이 이정표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문향(文鄕)이라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도산서원 현판


BYC에서 잠깐 벗어나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에도 들렀습니다. 사진은 서원 내 전교당에 있는 현판입니다. 이 글씨를 쓴 분은 한호(1543 ~ 1605) 선생으로, 본명보다 호 석봉이 더 유명한 분이죠. 이 건물은 퇴계 이황 선생 사후에 지었습니다.



청암정 충재


조선 중기 문신 충재 권벌(1478~1548) 선생이 지은 정자 청암정에서 책방 '충재(冲齋)'를 찍은 사진입니다. 호를 따라서 건물을 이름을 지은건지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청암정은 영화 배경으로 많이 쓰일 만큼 아름다운 곳인데 서석지와 같은 이유로 충재를 찍었습니다. 여기도 연둣빛 계절에 다시…(과연?)



가평리 계서당


봉화군내 이정표에는 '(가평리) 계서당'보다 '이몽룡 생가'라는 표현이 더 많습니다. 이 집은 암행어사를 네 차례 지낸 (당연히) 계서 성이성 선생(1595∼1664)이 살던 집입니다. 후손들은 성 선생이 이몽룡의 실제 모델이라 춘향이는 '성춘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직 100% 사실로 굳어진 건 아니라고 하네요.



축서사


산길을 한참 달려 축서사에 도착해 산 아래를 내려보면 정말 압도적인 풍경이 기다립니다. 그래서 기대하고 건물 쪽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저 탑이 분위기를 망치더군요. 축서사는 673년에 의상대사가 지었다는 절인데, 저 탑은 너무 새 것인데다가 지나치게 큽니다. 왜 그랬을까요? -_-)a



부석사 무량수전


전약수를 마지막으로 그날 일과를 마치고 소백산풍기온천(여기 강추입니다!)에서 지친 몸을 달랜 다음 부석사로 향했습니다. 무량수전도 정말 근사하지만 그 앞으로 보이는 풍경 역시 최고더군요. (부석사 입구에 들어서면 공영 주차장이 있는데 오른쪽에 난 길을 따라 더 올라가셔서 절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시는 게 편합니다.)



소수서원 현판


국사 공부 좀 하셨던 분이라면 '우리나라 최초 사립대학'이라고 기억하실 소수서원. 1548년 풍기군수로 부임한 퇴계 선생이 당시 유생들이 모여 공부하던 백운동서원에 대해 사액(賜額)을 요청해 소수서원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 글씨를 쓴 건 조선 13대 왕 명종(재위 1545∼1567)입니다.



오죽헌


그 뒤 우여곡절 끝에 해돋이를 보러 정동진을 향했다가 퇴계 선생만 챙기면 율곡 이이 선생이 섭섭해 하실 것 같아(응?) 오죽헌으로 향했습니다. 이 건물 오른쪽 방 이름이 몽룡실(夢龍室)인 걸 보니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기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임당 신 씨가 용 꿈을 꾸고 율곡 선생을 낳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물론 한옥만 찾아서 이렇게 이동했던 건 아니고 산과 강, 바다도 함께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축서사에서 봤던 이 해넘이. 멀쩡한 DSLR 놔두고 아이폰으로 찍은 제가 원망스럽지만 그 귀차니스트하고 둘이만 함께 해 참 많은 생각을 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전체 동선: 집 → 달기약수 → 솔기온천(1박) → 얼음골 → 주산지 → 송소고택 → 진보향교 → 청송군립야송미술관 → 서석지 → 조지훈 문학관 → 호은종택 → 청량산 → 도산서원 → 이육사 문학관 → 봉화(1박) → 분천역 → 양원역 → 다덕약수 → 충재박물관 → 청암정 → 봉화북지리마애여래좌상 → 가평리 계서당 → 축서사 → 오전약수 →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1박) → 부석사 → 소수서원 → 온달산성 → 단양 신라 적성비 → *문경(1박) → 장회나루 → 의림지 → 강릉(1박) → 정동진 → 오죽헌 → 집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에버노트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웹 클리퍼로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블로그 정보를 노트로 만는 다음, 여행 도우미 어플리케이션(앱) Xing(行)하고 연동했습니다. 그러면 미리 지정한 곳 근처에 가면 푸쉬가 옵니다. 관광 가이드가 없어도 주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죠. 물론 여행 동선을 짜기에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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