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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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전기 斷想


• 틀린 접근법이라는 건 아니지만 '펜 미디어' 산업을 논할 때 가장 소홀하게 취급 받는 플랫폼은 단연 '윤전기'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일부터 당장 닷컴 문을 닫는다고 하면 닷컴 직원들만 일 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윤전기 가동을 멈추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뉴스위크가 괜히 다시 종이 버전을 찍기 시작한 게 아니다). 언론사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설명하려고 세상에는 '새 발의 피'라는 말이 여전히 있는 것이다.

• 당연히 문제는 이게 계속될 수 없다는 것. 뉴욕타임스(NYT) 같은 매체가 천문학적인 돈을 시행착오 비용으로 쓴 이유다. 그래서 살림살이가 나아졌을까. 나아졌다. 온라인 기사를 신뢰하게 된 이들이 종이 신문 구독을 늘렸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천하의 NYT도 온라인 매출이 '마이너'다.

• 허핑턴포스트나 버즈피드 같은 온라인 매체가 트래픽에서 유수 매체를 넘어서도 "그딴 싸구려 트래픽 필요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까닭이다. 외신 기사를 번역하는 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지만, 번역본이 없다면 그 소식을 알지 못하는 21세기 인류가 과연 얼마나 돈이 되는 고객인 걸까. 그러니까 미디어 회사 역시 분명 '회사'다.

• 슬픈 건 그 돈이 되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뭔지 언론사는 모른다는 점이다. 평생을 800m 달리기 선수로 살았던 이들이 100m하고 마라톤 감독을 동시에 맡는 시스템이라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현역 시절 달려보지 않은 건 물론, 그들 대부분은 여전히 '달리기는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게 착각하고 살아도 그들이 명예롭게 은퇴하는 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이렇게 착각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윤전기에서 나온다. 이 심각한 권력 독점이 깨지기를 늘 학수고대하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는 게 참 쉽잖은 일이다. 윤전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세뇌'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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