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의 습격
흔히 헤어진 연인을 떠올릴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감각은 후각이다. 비누나 샴푸, 향수 따위의 냄새는 곧잘 우리를 청승맞게 만든다. 물론 나 역시 후각의 유혹에 시달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후각보다는 촉각에 더 예민한 타입이라는 생각이 곧잘 들고는 한다. Creator on the hill에 살던 시절 나는 더러 너무도 생생한 기억에 가슴이 아려 끊었던 담배를 피우곤 했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나는 여전히 나와 만났던 아이들의 손가락 두께나 쥐는 힘, 체온 등을 기억한다. 땀은 어느 정도였는지도. 이런 것들이 비누 향기와 함께 고스란히 떠오르곤 한다. 예컨대 m과 손을 잡으면 손가락 사이에 약 0.08mm 정도의 작은 균열이 생겼다. 체구에 비해 손을 꼭 잡는 편이었고, 전체적으로 차갑고 메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