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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읍시다 #118 너무 닮아서 죄송합니다


21세기에 소위 '문화·연예게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정치적 성향 때문일 터. 그러나 1980년대 배우 박용식 씨(위 사진 왼쪽)가 TV 출연 규제를 받은 이유는 '대통령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었다. 


1988년 오늘(10월 11일) 동아일보는 "박 씨는 벗겨진 머리와 얼굴 모습, 표정 등이 전 씨(전두환 전 태통령)와 흡사하다는 이유로 5·17 (쿠데타) 이후 TV 출연에 규제를 받다가 6공화국 출범과 함께 '제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박 씨는 과거 자신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주로 악역으로 출연해 왔으니 특정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5공화국 시절 출연이 금지됐거나 출연할 경우에는 반드시 '가발을 쓰고 출연'하도록 강요받았었다"고 전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 전 대통령이나 신군부에서 직접 이렇게 강요했을 것 같지만 실제 사정은 달랐다. 당시 방송사에서 '알아서 기었던' 것. 박 씨는 나중에 직접 전 전 대통령 부부와 만나게 됐는데 전 전 대통령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대신 사과했으며 부인 이순자 씨는 "청와대에 왜 투서하지 않았냐"고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이런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공식적으로 전해 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당시 KBS 이원홍 사장이 쇼 프로그램 촬영 현장을 지나가다 출연자로 나온 박 씨를 보고 전 전 대통령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이 사장이 재빨리 박 씨 앞으로 뛰더온 뒤 깎듯하게 인사하고 나서 제작진에게 '너희 지금 각하 앞에서 뭐하는 거냐'고 소리쳤다고 한다. 이 소동 이후 슬며시 박 씨가 출연자 명단에서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 


이렇게 TV 출연길이 막힌 박 씨는 방앗간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그 후 이날 동아일보에서서 소개한 KBS 연속극 '손자병법'에 자재부장역인 김 부장으로 출연하면서 다시 연기자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뒤로 각종 연속극 등에서 전 전 대통령 역할이 필요할 때마다 박 씨가 섭외 1순위로 꼽혔음은 물론이다. 박 씨는 TV 바깥에서는 S 자동차 외형 복원 업체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그러다 2013년 영화 촬영차 캄보디아에 다녀온 뒤 유비저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겨울왕국' 한국어 더빙판에서 안나 역을 맡은 성우 박지윤 씨(41)가 바로 박 씨 외동딸이다. 성신여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딸은 이 영화에서 "같이 눈사람 만들래(Do you wanna build a snowman)?"를 비롯한 수록곡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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