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Common Sense

AC, C, MC, MR, M+, M-, TAX+, TAX-, GT…계산기에 있는 저 버튼은 다 뭘까?


걱정마세요. 여러분만 여태 모르셨던 게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버튼만 가지고도 별 문제 없이 계산기 잘만 쓰셨잖아요?


그렇다고 D 사이트에서 제일 인기 좋은 일반용 계산기에 왜 저렇게 버튼이 많이 붙어 있는지 알아두신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겁니다. 분명 제조사에서도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서 달아뒀을 테니까요.


일단 이 계산기는 숫자를 14자리 그러니까 10조(10,000,000,000,000)까지 표시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는 첫 번째 방법은 물론 화면에 나온 숫자를 확인하는 것.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는 계산기 오른쪽 위에 적어 놓은 숫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반용 계산기는 12자리 그러니까 1000억(100,000,000,000)까지 표시할 수 있는 제품이 제일 흔합니다. 이 제품은 두 자리를 더 표시할 수 있으니까 사양이 뛰어난 편(?)입니다.


한번 이 계산기에 있는 각종 버튼(+스위치)이 무슨 뜻인지 살펴보겠습니다. 



AC : C = C : CE

계산기에서 C 그러니까 클리어(Clear)가 붙은 버튼이 입력값을 지운다는 걸 모르시는 분이 아마 아니 계실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C가 붙은 버튼이 여러 가지라는 겁니다. C 계열 버튼은 크게 AC, C, CE 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계산기에는 보통 이 중 두 가지가 붙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이 '쌀집 계산기'는 AC와 C가 있네요.


이 두 버튼은 어떻게 다를까요? AC는 All Clear 그러니까 지금까지 입력한 모든 값을 지우고 계산기를 초기 상태(=0)로 돌리는 구실을 합니다. 반면 C는 방금 전에 입력한 값만 지웁니다.


예를 들어 '2→×→3'까지 입력했다고 할 때 AC를 누르고 '4→='를 누르면 그냥 4가 나오지만 C를 누르고 같은 값을 입력하면 8이 나옵니다. AC는 모든 값을 0으로 만드니까 메모리에 4만 새로 넣은 반면 C는 마지막에 입력한 23만 지우기 때문에 2×4를 계산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입니다.


차분히 생각하면 이렇게 간단한데 헷갈리는 분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내장 계산기처럼) C-CE 버튼 조합에서는 C가 위에서 설명드린 AC 구실을 하고 CE(Clean Entry)가 위에서 말씀드린 C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제조사에서는 이 차이를 확실히 알려주겠다면서 AC 버튼과 C/CE 버튼 조합으로 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소비자에게 친절하게 접근하는 건 나쁘지 않은 자세지만 옵션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사용자는 헷갈리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어떤 버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시려면 클리어 버튼이 어떤 조합인지 먼저 한번 살펴보세요.



MC, MR, M+, M- 그리고 MS

계산기는 기본적으로 입력한 값을 차례대로 계산합니다. 그런데 사칙연산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곱하기와 나누기를 먼저 하고 더하기 빼기를 나중에 해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12×34+56×78을 계산하고 싶을 때 실제 정답은 4776이지만 계산기에 차례로 입력하면 36,192가 나옵니다. 12와 23를 곱한 408에 56을 더해 464를 만든 다음 여기에 78을 곱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런 계산은 계산기로 못하는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MC, MR, M+, M- 같은 버튼이 계산기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버튼에서 M은 예상하시는 것처럼 Memory(메모리)라는 뜻입니다. MC에서 C는 Clear. 그러니까 메모리에 있는 걸 지우는 버튼이 MC입니다. MR는 메모리에 기억한 값을 불러오는(Recall) 기능을 합니다. M+와 M-는 각 값을 양수(+)와 음수(-)로 메모리에 넣는 버튼입니다. M+, M-는 여러 번 입력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시 12×34+56×78을 계산한다면 이런 식으로 입력하면 됩니다.


12 × 34 = → M+ → 56 × 78 = → M+ → MR


이때 M+를 누르면 거의 대부분 계산기가 화면 위쪽에 M을 표시합니다. 당연히 메모리에 값이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한번 실제 아래 계산기로 위처럼 입력해 보시면 4776이라는 정답이 나올 겁니다. (이 계산기 코드는 여기에서 가지고 와서 이 블로그 스타일에 맞게 일부 수정했습니다.)



그러면 109×87-65×43+21을 계산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65×43을 계산하고 M- 버튼을 누르는 것만 제외하면 다를 게 없습니다.


109 × 87 = → M+ → 65 × 43 = → M- → 21 → M+  MR


이렇게 계산한 값은 AC를 눌러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AC를 눌러 0을 만든 다음 다시 MR를 누르면 우리가 계산한 6709가 다시 나타납니다.


심지어 이 상황에서 다시 M+ 버튼을 써서 12×34+56×78을 계산하고 나서 MR를 누르면 4776이 아니라 11,485가 나타납니다. 이미 메모리에 있던 6709에 지금 계산한 4776을 더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M 버튼을 쓰는 계산이 끝났을 때는 MC를 눌러서 메모리에서 이 값을 지워줘야 합니다.


제품에 따라서는 MS라는 버튼이 눈에 띌 때도 있습니다. 여기서 MS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Memory Store를 줄인 말. 이름 그대로 특정 값을 메모리에 넣어 놓는 구실을 합니다. 이때도 MR를 눌러서 메모리에 있는 값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MS 버튼을 활용해 12×34+56×78을 계산한다면 이런 식이 됩니다.


12 × 34 = → MS → 56 × 78 = → + → MR =


이렇게 M 버튼 활용법을 알아두시면 멀쩡히 계산기가 있는데 펜과 종이로 값을 적어 가면서 계산하시는 일은 사라질 겁니다.



GT = '= + = + = …'

이 쌀집 계산기에서 M 계열 버튼 오른쪽 위에 있는 GT 버튼은 Grand Total = 총 합계를 계산할 때 씁니다.


여기서 총 합계는 AC를 누른 다음부터 GT를 누를 때까지 = 버튼을 통해 얻은 모든 숫자를 더한 값입니다. 


따라서 12×34+56×78을 계산한다고 할 때 그냥 12×34=(408), 56×78=(4368)이라고 각각 값을 구한 다음에 GT를 누르면 계산기는 408과 4638을 더해서 4776이라는 답을 알려줍니다.


12 × 34 = → 56 × 78 = → GT


그러니까 사실 따로 M 계열 버튼을 쓰지 않아도 계산기는 AC를 누르기 전까지 각 계산 결과를 메모리에 담아 두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이런 계산을 할 일이 많은 데다가 인간이 워낙 게으른 족속이라 이런 버튼이 필요한 거겠죠?




TAX+, TAX-…죽음과 세금을 피할 수 없다

TAX가 붙은 이 버튼 두 개는 예상하시는 것처럼 세금 관련 계산을 도와줍니다. TAX+는 세금을 붙였을 때 전체 가격이 얼마가 되는지, TAX-는 세금을 뺐을 때 원래 금액이 얼마가 되는지 알려주는 기능입니다.


이렇게 세금을 계산하려면 먼저 몇 %를 세금으로 매기는지 알아야겠죠? 이 C사 계산기에서 TAX+ 위를 보시면 흰 글씨로 'TAX RATE'라고 쓴 게 눈에 띌 겁니다. AC 상태에서 이 버튼을 누르면 현재 입력한 세율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세율을 바꾸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이 때는 % 위에 흰 색으로 쓴 'SET'에 주목하시면 됩니다.


역시 AC를 누른 상태에서 SET를 약 3초 동안 누르고 있으면 화면에 TAX %와 미리 입력한 숫자가 보일 겁니다. 여기서 바꾸고 싶은 숫자를 % 단위로, 예를 들어 10%라면 10을 입력하고 %를 다시 누르면 끝입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TAX+를 눌렀을 때 10이 나오면 성공입니다.


그다음 10,000을 입력하고 TAX+ 버튼을 누르면 여기에 세금 10%(1,000)가 붙어서 11,000을 표시할 겁니다. 다시 10,000을 입력하고 TAX- 버튼을 누르면 9,090.9090909091 같은 식으로 나타날 겁니다. 우리가 1만 원짜리 물건을 살 때 실제 가격은 약 9091원이고 여기에 부가가치세 10%(약 909원)가 붙어 있다는 걸 이 버튼을 활용하면 알 수 있습니다.



F CUT 5/4 … 4 3 2 1 0 ADD₂ 그리고 M/EX

TAX+, TAX- 버튼 옆에는 버튼이 아니라 스위치 두 개가 달려 있습니다. 왼쪽 스위치 위에는 F, CUT, 5/4, 오른쪽 스위치 위에는 4, 3, 2, 1, 0, ADD2라고 써 있습니다.


F, CUT, 5/4는 소수점 아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선택할 때 씁니다. 여기서 F는 원래 Floating Point(부동소수점)를 나타내지만 Full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소수점 아래를 표시할 수 있는 만큼 전부 표시하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CUT은 '버림'이고, 5/4는 '반올림'을 뜻합니다.


오른쪽 스위치에 있는 4, 3, 2, 1, 0은 소수점 아래를 몇 자리까지 표시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도와줍니다. 단, 왼쪽 스위치가 F에 있을 때는 이 오른쪽 스위치가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모든 숫자를 다 표시하라고 해둔 상태니까요.


예를 들어 왼쪽 스위치를 F에 놓고 2÷3을 계산하면 이 계산기는 아래 결과를 화면에 표시합니다.


0.6666666666666


왼쪽 스위치를 CUT에 놓고 오른쪽 스위치를 3에 놓은 다음 같은 계산을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0.666


같은 조건에서 왼쪽 스위치만 4/5로 바꾸면 이렇게 되겠죠?


0.667


그러면 ADD2는 뭘까요? 이건 맨 끝 두 자리를 자동으로 소수점 밑으로 보내라는 뜻입니다. 만약 123 + 456을 계산하면 579가 아니라 5.79를 출력하는 방식입니다. 자동으로 123을 1.23, 456을 4.56으로 바꿔 계산하게 되는 것.


이런 기능이 들어 있는 건 미국 등에서 100센트=1달러가 되는 것처럼 100을 기준으로 (화폐) 단위가 바뀌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쓸 일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M/EX 버튼도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저 버튼은 메모리 모드 또는 환전(Exchange) 모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기능입니다. 평소에는 MC, MR, M+, M-로 작동하던 버튼이 모드가 바뀌면 총 네 가지 환율값을 담고 있는 식으로 바뀝니다.


문제는 우리는 1달러에 1100원이라는 식으로 환율을 계산하지 1원이 몇 달러인지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어차피 다시 곱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저 버튼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아, 이런 것도 있군'하는 정도로 알아두셔도 좋을 듯합니다.



K = ++, --, ××, ÷÷, ==

버튼은 따로 없지만 계산기를 사용하실 때 알아두면 정말 편리한 방식 가운데 하나가 'K 모드'입니다. 이때 K는 Konstant. 영어로 Constant라고 쓰는 상수(常數) 맞습니다.


상수는 변하지 않는 값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같은 값을 계속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나누고 싶을 때 K 모드를 활용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만약 1, 2, 3…에 계속 4를 더하고 싶다면 맨 처음에 1+4=를 입력하는 게 아니라 1++4=이라고 입력합니다. 그러면 5라는 값이 뜨면서 화면 위에 문자 K를 표시할 겁니다. 이후에는 2=(6), 3=(7)처럼만 입력해도 4를 더한 계산 결과가 나옵니다.


물론 같은 값을 반복해 계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컨대 1.110(=2.5937424601) 계산한다고 치면 보통은 1.1×1.1×1.1×…1.1 같은 식으로 입력을 할 겁니다. K 모드를 활용하면 1.1××를 입력한 다음 = 버튼을 9번 누르면 같은 값을 얻을 수 있습니다. 9번만 누르는 건 = 버튼을 처음 눌렀을 때 이미 1.1²=1.21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1.1 ×× =========


이상으로 계산기에 붙어 있는 버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살펴 봤습니다. 참고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계산기에서도 K 모드 활용이 가능하니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요긴하게 쓰시길 바랍니다.


아, 혹시 ▶가 궁금하셨던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는 컴퓨터 키보드에서 백스페이스와 같은 뜻입니다. C/CE는 방금 입력한 값 전체를 지우는 반면 ▶는 정말 딱 마지막 숫자 하나만 지웁니다.



댓글,

Common Sense | 카테고리 다른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