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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사람들은 화가 나면 왜 신발을 던질까

정창옥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던진 신발. 뉴시스


16일 국회에서 보기 드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50대 남성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진 것.


이 소식을 전한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하면:


16일 오후 3시 30분께 국회 본관 앞 계단에 있던 정창옥 씨(58)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 문 대통령을 향해 던졌다. 문 대통령은 신발에 맞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원 연설을 마친 뒤 여야 대표와 환담을 하고 의사당을 나서는 길이었다.


기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힌 정 씨는 "(신발을) 문 대통령에게 던졌다. 모멸감과 치욕감을 느끼라고"라며 "가짜 평화주의자, 가짜 인권주의자 문재인"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국회) 방청석에서 (연설 도중) 신발을 던지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방청석 입장이) 금지된다더라"며 오후 2시께부터 국회 계단 근처에서 문 대통령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에게 모멸감과 치욕감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이유로 신발을 던지는 게 흔한 일은 아닙니다.


아랍에서는 다릅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12월 1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문타다 알 자이디(당시 29)라는 방송 기자에게 신발 세례(?)를 당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자이디 기자는 "이라크인의 선물이자 작별 키스다, 개자식아!"라며 첫 번째 신발을 던졌습니다.


이어 "이건 미망인들과 고아, 그리고 이라크에서 죽은 사람들이 주는 것이다"라면서 나머지 한 짝도 날렸습니다.


자이디 기자는 이 자리에서 체포당한 뒤 외국 원수 모독죄로 9개월을 감방에서 보냈습니다.


재미있는 건 석방 이후인 2019년 12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본인도 신발 공격을 당했다는 것.


자이디 기자 역시 왼쪽으로 고개를 숙여 신발을 피했습니다.



소동이 끝나고 신발을 던진 남성이 끌려나가는 동안 자이디 기자 동생 마이탄 씨가 다시 신발로 이 남성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신발이 신발을 부르고 또 다시 신발을 불렀던 것.


이렇게 신발을 가지고 싸우는 건 아랍에서 신발이 '밑바닥'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도둑이나 창녀를 때릴 일이 있을 때는 신발을 벗어 드는 전통도 있었습니다. '너는 내 발바닥보다 못한 존재'라며 이들을 무시했던 겁니다.


그래서 신발을 던지는 건 물론이고 (신)발바닥을 상대에게 보이는 것도 모욕적인 행위로 받아들입니다.


그런 이유로 아랍 축구 팬들은 대표팀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그라운드에 신발을 던집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알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자국 대표팀이 카타르에 0-4로 패하자 관중석에 있던 팬들이 집어던진 신발. 아부다비=로이터 뉴스1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이런 문화적 특징을 이해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2011년 아랍에미리트(UAE) 독립 40주년을 맞아 한정판 신발을 내놓았는데 하필 국기 문양으로 제품을 디자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반발이 거세자 푸마는 결국 공식 사과하고 제품을 전량 리콜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문화는 아랍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이 같은 아시아권 이슬람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 갈 일이 생긴다면 항상 (신)발 조심하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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