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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포네가 정말 우유 유통기한을 만들었을까


마실거리 전문 매체 '마시즘'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는 퍼블릭 에너미(공공의 적) ‘알 카포네’의 인생에서 음료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술을 마실 수 없을 때 밀수한 술을 팔아 1억 달러를 번 남자(1927년 기네스에 올랐다). 그것도 모자라 우유병에 적혀있는 ‘유통기한’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사실 마피아 조직 '시카고 아웃핏'을 이끌던 알 카포네(1899~1947)가 우유 유통기한을 만들었다는 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올해 1월 19일에도 MBC '서프라이즈'에서 똑같은 내용을 방영했고, 건강 정보지 '헬스컨슈머'에서도 석달 전 같은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콘텐츠가 사실상 똑같은 내용인 다른 콘텐츠를 '숙주'로 삼아 성장하게 되면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마시즘에서 인용한 '바이스 미디어' 기사에서 인용한 '허핑턴포스트' 기사를 보면 우유 유통기한을 만든 사람은 알 카포네가 아닙니다.


대신 카포네 형제 가운데 맏이인 랄프 알카포네(1894~1974)가 우유 유통기한을 만들었습니다.


랄프의 손녀인 데어드레 마리 카포네(80) 여사는 2010년 펴낸 책 'Uncle Al Capone: The Untold Story from Inside His Family'에 이렇게 썼습니다.


My grandfather Ralph is credited with being the first to date-stamp milk bottles. Though most people think he got his nickname "Bottles" from being a bootlegger, it actually came from his clever idea about putting the date on milk bottles so that people at at the grocery store would know how fresh the product was.


허핑턴포스트는 카포네 여사와 직접 인터뷰 해놓고도 "카포네 가문에서 우유 유통기한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출처가 의심스럽다(apocryphal)"고 평가했습니다.


역시 마시즘에서 인용한 '아틀라스 옵스큐라' 기사에서 인용한 책 'The Outfit'에는 이런 구절도 등장합니다.


Through the Outfit's representatives in the city council, new rules were adopted that for the first time established a definition of Grade A Milk, forbidding lesser grades to be sold within the city limits. … Throughout the parliamentary debate over these bills, the upperworld politicians fought hard against the measures, which they feared would cripple the established dairies. But the Outfit fought harder and prevailed.


그런데 말입니다. 마시즘에서 인용하지 않은 '스미스 소니언 매거진' 기사에서 인용한 비영리 환경 단체 'NRDC' 2013년 보고서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카고가 자리한 일리노이주에서는 2013년까지도 우유 유통기한 표시에 대한 별도 규제가 없었습니다.



우유 유통기한 표시에 관한 내용 같은 걸 한 번 만들었다가 없앨 수도 있을까요?


물론 주 단위에서는 별도 규제가 없어도 시 단위에서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카고시 먹거리 관련 규칙에서 우유 관련 내용을 찾아 보면 이렇습니다.


(B) Fluid and dry milk and milk products shall:

(1) Be obtained pasteurized; P

and

(2) Comply with GRADE A STANDARDS as specified in the Section 1 of

the most current version of the FDA’s Pasteurized Milk Ordinance

and Section 7-40-350 of the Municipal Code of Chicago.P


먼저 '7-40-350 of the Municipal Code of Chicago'부터 찾아 보겠습니다.

 7-40-050  Misrepresentation prohibited.

   (a)   No food shall knowingly be bought, sold, labeled, or any representation made in respect thereof, under a false name or quality, or under any false representation whatsoever respecting its wholesomeness, soundness or safety for food or drink.

   (b)   Any retail food establishment which shall treat fresh fruits, fresh vegetables and other raw food with a sulfiting agent must inform consumers of such treatment pursuant to the rules of the Department of Health.


한 마디로 판매용 먹거리 레이블에 거짓말을 쓰면 안 된다는 겁니다.

당연히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규칙(code)이 당연히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이어서 'FDA’s Pasteurized Milk Ordinance'를 읽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시즘에서 인용한 '아틀라스 옵스큐라' 기사에 따르면 카포네 가문이 우유 사업에 뛰어든 건 193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24년 이미 우유에 대한 조례(ordinance)를 제정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조례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확실히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1854년 뉴욕의 사망자 1만5,000여 명 중 8,00여 명이 상한 우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마시즘)고 하는데 알 카포네가 1930년대에 우유 사업에 뛰어 들기 전까지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찾은 내용만으로 '알 카포네가 우유 유통기한을 만들었다는 건 거짓말이다'하고 주장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


그러나 동시에 '알 카포네가 우유 유통기한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럴 때는 '맞다'고 주장하는 쪽에 입증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을 테니, 더 믿을 만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저는 그 주장은 일단 믿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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