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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서는 미지수를 왜 x라고 쓸까

사실 저는 펜을 종이에서 떼지 않고 한번에 쓸 수 있다는 이유로 '$q$'를 더 선호했습니다.

 

그렇다고 수학에서 미지수를 대표하는 글자가 단연 '$x$'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1 + □ = 2'일 때 □는 얼마인지 구해보세요"처럼 문제가 나옵니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면 "'1 + $x$ = 2'일 때 $x$는 얼마인지 구하시오"처럼 문제가 바뀝니다.

 

수학에서만 $x$가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엑스선이 X선인 것도 일단 발견은 했는데 정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멀더와 스컬리가 각종 음모를 파헤치는 드라마 제목도 'X 파일'입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아직)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나타날 때 $x$를 쓰는 걸까요?

 

그 이유도 $x$입니다. 왜 알지 못하는 것을 $x$라고 쓰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다른 분야에서 모르는 것을 $x$라고 쓰는 이유는 물론 수학에서 영향을 받은 결과입니다.

 

그런데 수학에서 미지수를 $x$라고 쓰게 된 이유 자체는 알지 못합니다.

 

단, 미지수를 $x$로 표기한 논문을 처음 펴낸 인물은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말로 유명한 그 데카르트 맞습니다.

 

데카르트가 미지수 $x$를 처음 사용한 수학자는 아닐 확률이 높지만 이 표기를 유행시킨 주인공이라는 건 사실에 가깝습니다.

 

데카르트는 1637년 그 유명한 '기하학'(La Géométrie)을 펴내면서 $x$, $y$, $z$를 써서 미지수를 나타냈습니다.

 

이 흔적은 가로 방향을 x축, 세로 방향을 y축이라고 부르는 '데카르트 좌표계'에 남아 있습니다.

 

데카르트가 이 논문을 펴내기 전에도 미지수를 나타날 때 $x$, $y$, $z$를 썼다는 사실은 여러 자필 원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기지수(旣知數) = 이미 알고 있는 숫자는 $a$, $b$, $c$… 순서로 썼습니다.

 

그렇다면 미지수는 $z$, $y$, $x$… 순서로 쓰는 게 맞지 않았을까요?

 

$z$가 아니라 $x$부터 쓴 이유 역시 $x$입니다. 

 

일부에서는 프랑스어에 $y$나 $z$보다 $x$가 등장하는 일이 적은 걸 이유로 꼽기도 합니다.

 

그러면 $x$ 활자가 남아 돌게 되니까 조판 과정에서 집어 넣기 쉽도록 $x$를 '메인 미지수 기호'로 썼다는 겁니다.

 

단, 자필 원고에서도 $x$를 메인으로 썼기 때문에 이 주장이 그렇게 일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지수 $x$가 '어떤 것'(something)을 뜻하는 아랍어 'ﻏَﻴﺮُ'(shay'un)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라비아 숫자'라는 (사실과 다른) 표현이 웅변하듯 10세기까지만 해도 아랍은 유럽보다 수학이 훨씬 발전해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현재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자리한 이베리아 반도를 아랍이 지배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학자들이 이 아랍어 낱말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x$가 등장했다는 게 바로 아랍어 유래설입니다.

 

저 아랍어 낱말은 아무리 찾와봐도 $x$가 보이지 않는데 번역 과정에서 어떻게 $x$가 등장하게 됐을까요?

 

스페인어에는 /sh/ 소리가 없기 때문에 스페인 학자들은 이 소리를 /ck/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리를 나타내는 그리스 알파벳 카이(χ)를 빌려오면서 $x$가 등장했다는 게 아랍어 유래설 지지론자 설명입니다.

 

아래 TED 강연이 바로 이 아랍어 유래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핏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소리가 아니라 뜻인데 그냥 'algo'라고 번역하면 그만이지 않았을까요?

 

이 주장은 얼핏 그럴 듯하지만, 그래서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사실 이 주장을 증명할 만한 자료도 없습니다.

 

게다가 당시 스페인어에 정말 /sh/ 소리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습니다.

 

요컨대 데카르트가 어디선가 $x$를 보고 쓴 건 맞(겠)지만 어디서 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 데카르트는 '기하학'에서 $x^2$, $x^3$ 같은 지수 표기법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전에는 $x^2$은 $q$ 같은 다른 문자로 썼기 때문에 미지수를 다루는 데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데카르트는 생각했다. 고로 미지수 $x$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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