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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매체들, 한국 교회 비판 왜?

동유럽에서 북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은 우리에게 낯선 나라입니다. 이들 나라 사람들한테도 대한민국은 낯선 나라죠. 그런데 요즘 에스토니아 언론이 한국을 비판하기 바쁩니다. 한 교회 때문입니다.

서울 만민중앙교회는 지난달 30, 31일(현지 시간)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한국문화축제’를 열었습니다. 탈린 시내 곳곳에 내건 포스터에는 ’2010 한국문화축제’라는 제목과 함께 “누구나 와서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인기 가수들도 이 행사에 참석해 공연일 벌일 예정이었습니다. 탈린 시에 속한 여러 구(區)에서 공식 명의로 시민들에게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행사에서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개인 행적 소개, 병을 치료한다는 은사(恩賜) 등 포교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포스터에도 이재록 목사를 ‘이재록박사’라고 소개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에서는 “문화 행사가 아니라 포교 활동이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겁니다.

에스토니아 최대 일간지 포스티메스에 실린 관련기사. 포스티메스는 이 기사에서 “한 종교 단체가 한국 문화 축제를 빙장해 선교 활동 벌였다”고 비판했습니다. 포스티메스 홈페이지 캡처.

포스티메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재록 목사에 대한 특별 기사까지 실었습니다. 또 포스티메스뿐 아니라 에스토니아 최대 포털사이트인 델피(www.delfi.ee)에도 만민중앙교회를 비판하는 기사가 여러 차례 실렸습니다.

에스토니아 포털사이트델피에 실린 관련 기사. 델피는 이 기사에서 “한국 기독교 종파가 탈린 시와 음악가들을 조롱했다”고 전했습니다. 델피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사실은 발트 3국 교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발트한국인마당‘을 통해 국내에도 알려졌습니다. 한 에스토니아 유학생은 “에스토니아에서는 뉴스에 댓글을 다는 일이 거의 없는데 해당 기사에는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며 “이번 일로 인해 한국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에스토니아 정부도 ‘거리 두기’에 나섰습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매년 동양문화 소개 축제 ‘오리엔트’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올해 행사는 5일부터 열렸는데요, 대회 조직위원회는 “만민중앙교회와 오리엔트 축제는 관련이 없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오리엔트 축제에서는 한국 문화를 집중 조명할 예정이었는데 종교 행사 논란 때문에 행사 의미가 퇴색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한 에스토니아 교민은 “한국 대사관과 함께하는 행사로 홍보되는 바람에 핀란드에 있는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직접 에스토니아를 방문해 해명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만민중앙교회 관계자는 “에스토니아 법무부의 초청 단계부터 선교행사라는 것을 알리고 시작했다”며 “현지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지에서 오해’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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