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의 비유
내가 가진 고민이라 불리는 것들, 글쎄 많은 것들이 곁에 다가왔다가 사라진 것 같다. 더 무게만 늘어 달아나버린 녀석들도 있었고, 잘게 분해되어 내 성장이란 체에 걸러질만한 찌꺼기만 남긴 놈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난 이제 더이상 고민 같은 놈들과 맞딱드려도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어차피 삶은 벽지 같은 것이다. 늘 나를 도배하고 있으면서 선택의 기로에선 언제나 망설이게 한다. 언제나 거기에 머무르기에 쉽사리 눈치채지 못하지만 벽지는 서서히 색이 바래간다. 오랜동안 붙여 놓았던 액자 하나, 거울 하나만 떼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액자나 거울 같은 것이 고민이다. 삶을 바래지 않게끔 하는 것, 그러면서 자신 또한 벽지의 일부가 되는 것. 아니, 벽지보다 더 벽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