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 포스트가 대부분 그렇듯 대단한 인사이트를 담은 글은 아닙니다. 이 포스트와 가장 가까운 글쓰기 형태는 일기입니다. 그냥 '아, 쟤는 요즘 이런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구나'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뉴스 소비자로서 여러분은 이 사진 어디쯤 앉아 계십니까?
일단 이 블로그를 찾아 오셨다면 종이신문을 읽고 계신 왼쪽 어르신보다는 휴대전화 화면에 빠져 있는 오른쪽 청년 자리에 가까울 확률이 높을 겁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의자 세 칸 가운데서는 어디 계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마음으로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청년 자리에 그대로 앉고 싶지만 실제로는 가운데가 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위적으로 그곳이 제 자리여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종이신문사 디지털뉴스팀원이니까요.
종이신문사는 (여전히 혹은 당연히) 윤전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입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봐 설명드리면 윤전기·輪轉機는 신문, 잡지 등을 종이에 인쇄할 때 쓰는 기계입니다.)
종이신문사 대부분에 '디지털뉴스팀' 비슷한 조직이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존재하기 때문일 거고, 두 번째는 다른 회사에도 다 비슷한 조직이 있기 때문일 거고, 세 번째는 저 어른신과 청년 사이에 '통역'이 필요할 때가 더러 있기 때문일 겁니다.
네, 디지털뉴스팀원으로 일한 최근 1년 반 동안 '아, 나는 지금 통역을 하고 있는 거구나'하는 느낌이 문득 문득 찾아올 때가 많았습니다.
도대체 저는 어떤 말을 어떤 말로 바꾸며 살았을까요?
먼저 제가 소위 디지털 미디어 관련 발표를 부탁받을 때마다 즐겨 쓰는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부터 한 장 보시겠습니다.
이 워딩 출처는 그 유명한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 영어 원문은 이렇습니다.
For someone with a print background, you’re accustomed to the fact that if it makes the editor’s cut — gets into the paper — you’re going to find an audience. It’s entirely the other way around as a digital journalist. The realization that you have to go find your audience — they’re not going to just come and read it — has been transformative.
이 말은 남긴 저 사진 속 인물은 재닌 깁슨 당시 버즈피드 UK 편집국장(47·사진). 깁슨은 2015년 버즈피드로 옮기기 전에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부국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버즈피드는 말할 것도 없고 가디언 역시 디지털 전환에 연착륙한 대표 언론사로 손꼽히는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에서 중역을 지낸 분 말씀이니 인사이트가 있는 걸 사실.
그런데 제가 발표 때 쓰는 프리젠테이션 파일 다음 장은 이렇습니다.
네, 저는 저 말이 '적어도 한국에서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언론의 참 좋은(혹은 좋았던) 이웃 '네이버'가 있기 때문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이 이웃 덕에 한국 언론사는 직접 독자를 찾는 수고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한국인 64%(중복 포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네이버에서 뉴스를 읽었습니다. 이 리포트 조사 대상 24개국 가운데 어떤 나라 사람도 이렇게 높은 비율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지 않았습니다.
아래 그림은 나라별 1등 포털 사이트에서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기사를 읽는다고 응답한 비율을 정리한 그래프. 위에서 보신 것처럼 한국은 네이버에서 64%, 일본은 야후 저팬에서 53% 하는 식입니다.
영국은 이 비율이 6%(MSN)로 조사 대상 가운데 최하위였습니다. 영국 출신 깁슨 국장이 '독자를 직접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데는 다 이유가 있던 셈입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도 이미 내놓은 상황. 2017년 버전을 쓴 건 이미 저 그래프를 그려뒀다는 게 제일 큰 이유. 2018년 네이버는 65%로 여전히 조사 대상국 전체에서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깁슨 국장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하면 포털이 이렇게 앞장 서서(?) 독자를 찾아주는 건 언론사가 고마워 하고 또 고마워 해야 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종이신문사 윗분들 생각은 다르다는 것. 지금도 거의 매일 편집회의 시간에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많이 읽는 게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동아닷컴, 조선닷컴, 조인스닷컴 같은 '신문사 닷컴'에서 기사를 읽으면 회사에서 광고비를 벌 수 있지만 포털에서 기사를 많이 읽어봤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르신들께는 그저 '트래픽(조회수)=돈'이니까요.
지금껏 '옜다 트래픽'을 시전해 오신 뉴스 소비자 가운데는 고개를 가로 저으시는 분도 적지 않을 겁니다. 언론사에 트래픽이 중요한 건 물론 맞습니다. 단, (적어도 윗분들께) 그 트래픽은 자사 닷컴 트래픽일 뿐입니다. 저희 공장에서는 제가 2017년 자료를 취합하기 전까지 포털 사이트에서 우리 제품이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 정리한 자료가 없었습니다.
포털 사이트 트래픽이 회사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접근법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보내지 않으면 됩니다. 그래도 그 언론사가 현재 수준으로 (지면) 광고비를 받을 수 있다면 포털 사이트 트래픽은 정말 회사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아니라면 아닌 거고요. 결과는 어떨까요?
네이버가 뉴스 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공간이라는 건 기자가 매일 '네이버 백일장'에 참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백일장 '장원'과 아닌 기사 운명은 완전히 반대로 갈립니다.
각 언론사에서 엇비슷한 기사를 썼다고 할 때 '롱테일 법칙'에 따라 네이버에서 장원으로 인정한 기사는 '트래픽 폭탄'을 경험하는 반면 아닌 기사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트래픽으로 기사 성패를 판가름하는 게 옳은지는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이 백일장에서 장원이 되는 방법 중에는 '남과 다른 주제로 좋은 기사를 쓰기'도 있습니다. 문제는 윗분들 견해는 다르다는 것. 종이신문사에서 '남이 쓴 기사=우리도 써야 하는 기사'라는 공식을 의심하는 건 불경죄에 가깝습니다.
종이신문 전성시대에는 사실 저 공식이 유효했습니다. 각 종이신문사 기사는 각 회사 독자를 찾아갔으니까요. 이제는 모든 기사가 '네이버 독자'를 두고 경쟁하기 때문에 의미를 잃은 것. 또 어차피 종이신문에 들어갈 (뉴스 소비자가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기사를 쓰지 않을 수는 없으니 일단 열심히 씁니다.
게다가 '남과 다른 주제로 쓴 좋은 기사'는 포지티브(+)에 해당하는 반면 '우리는 놓친 남이 쓴 기사'는 네거티브(-)에 해당합니다. 많은 이들이 잘했다고 칭찬을 받는 것보다 못했다고 욕을 먹는 걸 더 싫어하기 때문에 기자들은 오늘도 일단 씁니다.
윗분들이 오늘도 신봉하는 종이신문 전성시대 성공 공식 또 한 가지는 '남보다 빨리 써야 한다'는 것. 이 시대에 이런 공식이 통할 수 있던 건 '남보다 빨리'가 적어도 '하루' 차이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기준을 네이버 백일장에 적용하면 분(分)도 아니고 초(秒)가 기준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속보 경쟁'이 막을 올립니다.
같은 주제 가운데 '네이버 메인 픽'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는 기사는 보통 하나뿐입니다. 이 타이틀을 두고 모든 언론사가 '인터넷 뉴스팀' 같은 별도 조직까지 만들어 뛰어듭니다.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똑같은 기사 위에 똑같은 기사가 쌓이고 또 쌓입니다. 당장 몇 시간만 지나도 아무도 읽지 않을 기사라는 걸 쓰는 사람도 알지만 혹시 타이틀을 차지할지 모른다는 희망에 기대어 일단 열심히 씁니다.
물론 이렇게 윗분들이 속보 경쟁을 진두지휘하는 데 아무 근거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이제 이 시대를 상징하는 심리학 용어 '확증 편향'이 등장할 차례. 확증 편향은 한 마디로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심리를 뜻합니다.
아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포털 사이트에서 인공지능(AI)에 기사 배열을 맡긴다고 할 때 어떤 요인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지 설문조사한 결과입니다.
자, 그럼 뉴스 소비자가 기사 배열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막대 그래프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은 전부 '여론조사를 통한 언론사 평판'이라고 답할 겁니다. 이 '평판'이 2위를 차지한 '기사의 속보성'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답변을 얻었습니다.
네이버는 이미 지난해 5월 앞으로 뉴스 서비스 첫 화면(메인)은 AI 알고리듬 기반 '에어스(AiRS)'에게 맡길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 네이버 메인에 죽고 사는 언론사라면 이 한국언론진행재단 설문을 바탕으로 '평판 관리'를 하는 척이라도 하는 게 상식 아닐까요?
네, 물론 그렇게 할 겁니다. 대신 '속보는 속보대로 쓰고…'를 잊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씁니다.
문제는 속보 경쟁이 평판을 떨어뜨릴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 포스트를 써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건 아래 사진 때문.
중앙일보 기자 검색에서 찾아보면 이민정 기자는 'EYE24' 팀 소속이라고 나옵니다. EYE24는 '인터넷 속보' 처리가 주목적인 팀입니다. 잠깐 '미디어오늘' 기사를 인용하면:
대표적인 사례가 EYE24팀이다. 이 팀은 주간3교대로 운영하며 온라인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이 베껴 쓰는 기사였다. 기자들은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바이라인을 달고 나가는 것에 항의하던 몇몇 기자들이 팀을 떠났다. 1
기자들만 자괴감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이 기자 페이지에 가서 '기자에게 한마디'를 보면 악성댓글(악플)이 적지 않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해서 이 기자는 남이 쓴 기사를 '펌질'해야 했을까요? 물론 이런 일을 이 기자가 처음 한 것도 아니고, 이 일이 이 기자 개인 잘못도 아닙니다. 분명 뭔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된 상황입니다.
아니, 정말 잘못된 게 맞을까요? 이게 또 'Mr. 애매모호'입니다(응?). 뉴스 소비자가 언론사에 거는 기대가 그리 크지 않거든요. 게다가 네이버 메인에서 뉴스를 클릭할 때는 그 기사를 쓴 매체가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에 네이버가 재미있는 결단을 내립니다. 첫 화면에서 (자신들이 고른) 뉴스를 빼기로 한 것. 대신 그 자리는 뉴스 소비자가 직접 선택한 언론사 기사를 먼저 노출하는 '채널'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최민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기존 환경에서 개별 기사 단위로 트래픽 확보를 위한 경쟁이 이뤄졌다면 '채널' 중심 환경에서는 언론사 브랜드 중심의 뉴스 이용환경이 예상된다"며 "따라서 언론사들은 기사 품질 차별화를 통한 구독자 확보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네, 그러니까 네이버는 (일단 겉으로는) 구독자 숫자라는 핵심평가지표(KPI·Key Performace Indicator)를 통해 언론사 평판이 중요한 시대를 열어 보겠다고 한 겁니다. 그럼 이제 언론사는 정말 평판 관리에 신경을 좀 써야 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종이신문사 어르신들 생각은 이번에도 다릅니다. 어떻게 하면 구독자를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라면 도가 튼 게 종이신문사 아닙니까. 제일 손쉬운 방법은 역시 '경품'. 보시는 분이 드물겠지만 요즘 언론사 닷컴에서 기사를 보시면 기사 맨 아래 '네이버 채널 구독하시면 경품을 드려요'하는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론사가 구독 확장에만 도가 튼 건 아닙니다. 베끼기도 마찬가지. 기사는 베끼지만 전략은 베끼면 안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경쟁사에서 베낄 걸 찾아 봅니다.
중앙일보가 종이신문사 가운데서는 첫 번째, 전체 매체 가운데서는 JTBC에 이어 두 번째로 네이버 채널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습니다. 그다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한 건 연합뉴스. 이 국가 기간 통신사는 자사 구독자 100만 돌파 소식을 전하면서 "모바일 채널 구독자 수에 따라 온라인 공간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습니다.
JTBC가 제일 먼저 100만 명을 넘긴 이유는 '평판이 좋기 때문'이겠지만 종이신문사가 아니니 종이신문사 윗분들께는 참고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중앙일보와 연합뉴스가 레퍼런스가 되겠죠? 두 회사가 온라인에서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네, '속·보·생·산'입니다. 중앙일보 EYE24 팀 이야기는 위에서 보셨고, 연합뉴스는 아예 속보를 쓰는 게 존재 이유인 회사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100만 고지를 점령하지 못한 회사 윗분들 결정은? 맞습니다. '우리도 속보를 강화하자'고 뜻을 모으게 됩니다. 그것도 기왕이면 말랑하고 자극적인 기사면 좋겠죠? 이런 일을 '고귀한' 신문 기자에게 시키기에는 어딘가 찜찜합니다. 사실상 모든 기자를 온라인 기자로 바꾼 중앙일보조차 EYE24 팀을 따로 운영할 정도니까요. 그래서 '○○닷컴 디지털뉴스팀', '인턴 기자'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영향력'을 끌어올리는 회사 대표 선수가 됩니다.
그러면 이 고귀한 신문 기자는 무얼 할까요? 물론 다음날 아침 신문용 기사를 열심히 씁니다.
종이신문사에서 '남이 쓴 기사 = 우리도 써야 하는 기사'라는 공식을 의심하는 건 불경죄라고 말씀드렸죠? 남이 쓴 기사 = 네이버에 뜬 기사이기 때문에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알고 있는 사건도 열심히 써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미첼 스티븐스 '비욘드 뉴스 - 지혜의 저널리즘' 참조)
신문 기사는 낡았을 뿐 아니라 '패키징'이 기본 옵션이라는 것도 이 시대에는 문제가 됩니다. 대형 사건이 터지면 종이신문사는 기사를 쪼개서 묶어 내보냅니다. 그러나 이제 뉴스 소비자가 실제로 접하는 상품은 각자 인터넷주소(URL)가 따로 있는 '개별 기사'입니다.
기사를 쪼갤 때 기본 원칙은 이 기사에 쓴 걸 저 기사에 쓰지 않는 것. 뉴스를 종이신문 단위로 소비할 때 이는 오히려 권장할 만한 방식입니다. 같은 내용을 계속 담는 건 (물리적 제약이 있는) 지면을 낭비하는 방식이니까요. 하지만 디지털에서 이런 형태로 기사를 내보내면 소비자가 맥락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불친철한 형태가 됩니다.
그러면 개별 기사를 친절하게 쓰면 되지 않을까요? 안 됩니다. 종이신문사에서 윗분이 된다는 건 '편집권'을 쥔다는 뜻이고, 편집권은 어떤 상품을 어떻게 패키징할 것인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니까요.
그래서 종이신문사 윗분 중에는 네이버가 AI 편집 시스템 AiRS에게 편집을 맡길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발표는 그렇게 하고 물밑에서 계속 사람이 편집할 것이라고 믿는 거죠. 이분들에게 이런 변화는 자신들이 가진 제일 큰 힘을 AI에게 맡긴다는 뜻이니까요.
종이신문사 윗분들이 편집권을 놓을 일은 없기 때문에 기사는 계속 패키지로 나오고, 맥락이 끊어진 채로, 어떤 사건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형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분들은 하루 종일 꼼꼼하게 (타사) 뉴스를 보시는 게 일이라 맥락이 끊긴 기사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고, 자신들처럼 '한국에서 나오는 모든 신문 기사를 아주 꼼꼼하게 읽는 사람'이 '독자 페르소나'이거든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그래서 실제로 이렇게 이미 본 뉴스를 또 봐도 덜 지겨워 하시는 분들(a.k.a 어르신들)만 종이신문 구독자로 남게 됐습니다. 이분들이 신문 소비자니까 당연히 신문 기사 내용도 점점 그 분들 취향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신규 소비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만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칠 수는 없는 법. 종이신문은 그렇게 '동시대'로부터 멀어집니다.
젊은 세대 관점에서는 어제 포털 사이트에서 본 기사와 차이도 없고, 심지어 더욱 불친절하며, 게다가 자신이 보고 싶은 소식은 아예 다루지도 않는데, 도대체 패키지 단위로 묶여 나오는 종이신문을 왜 봐야 하는 걸까요?
그래도 이 세대 역시 여전히 '뉴스를 봐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뉴스를 서비스해야 할까요?
우리 좋은 이웃 네이버는 '그렇다면 이런 방식은 어떠냐'면서 2015년에 이미 매체뿐 아니라 기자도 구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종이신문사 윗분들 기본 의견은 '반대'. 네이버만 좋은 일 시킨다는 겁니다. 언론사 관점에서 이를 틀린 말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단, 기자 개인 관점에서는 다릅니다. 말하자면 이렇게 하면 기자에게 좋다는 걸 종이신문사 윗분들이라고 모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저 그 무대가 네이버인 게 싫을 뿐입니다. 자기들 '편집권' 바깥 영역이니까요.
네이버 뉴스는 국내에서 제일 큰 온라인 커뮤니티이고, 커뮤니티 본질은 '놀이터'입니다. 이 놀이터에서는 '네임드(named) 유저'가 왕입니다. 이 놀이터에서는 손석희 JTBC 사장처럼 원래 네임드 기자만 네임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주로 야구 기사를 쓰시는 K 기자님이 대표 사례. 이 기자님께서 정말 훌륭한 글을 많이 쓰셔서 이렇게 구독과 응원을 많이 받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놀이로서 '팬덤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 뿐입니다. 그저 구독과 응원이라는 행위에서 재미를 찾고 있을 뿐입니다. 이곳은 놀이터니까요.
이때 네이버 뉴스는 이곳만의 놀이 규칙이 있는 놀이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기자님께서 다른 공간에서도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금물. 또 모든 기자가 이런 '놀잇감'이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어떤 기자도 '난 이 커뮤니티에서 뭐라고 하든 상관 없다'고 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기자 브랜드'가 중요합니다. "출입처는 사라집니다. 기자 자신만의 주제가 그 기자의 출입처가 될 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윗분들 생각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이분들은 커뮤니티 (활동) 경험이 없습니다. 당연히 커뮤니티 생태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릅니다. 진지하게 '왜 우리는 저 K 기자 같은 기자를 못 만드냐'는 질문도 받아봤습니다.
게다가 '기자 브랜드'는 이분들에게 참 위험합니다. 편집권의 다른 이름은 '인사권'이거든요. 자기에게 인사권이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면 이런 브랜드와 무관하게 자기 뜻대로 출입처를 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이 먹는 건가요?
아닙니다. 전문성은 동시대성(contemporary)의 다른 이름입니다.
기사를 패키지로 판다는 건 '오늘 아침에 여러분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우리가 골라봤습니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대중'입니다. 이제 세상에 대중은 없습니다.
원래 종이신문 전성시대에도 모든 지면을 챙겨 보는 독자는 기린(麒麟) 같은 존재였습니다. 상상의 동물이었다는 것. 그래도 '모두가 똑같은 뉴스를 보라'는 공급 방식이 통했던 건 다른 데서도 그만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이 세상에서는 아주 다른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자기 메시지가 '타깃(target) 소비자'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시대거든요. 이제 기자에게 경쟁자는 같은 출입처에 나오는 경쟁사 기자가 아닙니다. 콘텐츠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모든 사람이 경쟁자입니다. 자기 취재 분야 '빠꼼이'가 아니면 독자에게 무시 당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사실 이건 종이신문사도 마찬가지. 뉴스 소비자 휴대전화에 들어 있는 모든 어플리케이션(앱) 콘텐츠가 종이신문사에서 (급히) 내놓은 기사 경쟁 상대입니다. 이 모든 콘텐츠를 물리치고 이 사용자 시간을 어떻게 빼앗을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 사람마다 전화기에 설치한 앱이 다르듯 종이신문사도 각 독자에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네이버가 앞서 갔습니다. 네이버는 홈 화면에 '판' 기능을 추가하면서 뉴스 소비자에게 '보고 싶은 콘텐츠만 골라보세요'하고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판을 개설한 이유에 대해 "모바일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살펴봤더니 각 주제별로 전문 앱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네이버가 PC 시절에 제공해 왔던 두루뭉술한 카테고리로 획일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로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고 판단했다. 네이버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사용자들이 개별 앱으로 이동해 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좋은 이웃이 언론사를 놔두고 이런 일을 진행하지는 않았겠죠? 위에 있는 네이버 관계자 인터뷰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 보고서 '포털과 언론사 간 조인트벤처 성과와 과제'에서 가져온 것. 네, 종이신문사는 네이버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판 운영을 맡았습니다. 현재 네이버에서 동아일보는 '비즈니스', 조선일보는 '잡앤(JOB&)', 중앙일보는 '중국' 판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건 판을 운영한 이런 경험이 본사 콘텐츠 유통 전략 수립 과정에 별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과연 종이신문사에서 제일 잘 나가는 간부가 이런 조인트벤처에서 일하려고 할까요? 아직 차기 또는 차차기 편집국장이 될 기회가 살아 있는데요?
그래서 종이신문사 윗분들은 바뀌지 않습니다. 아니, 변할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이건 한국 프로야구에서 리빌딩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양상문 현 롯데 감독은 LG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 스포츠동아 인터뷰에서 "어떤 감독도 세대교체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면 내가 물러나야 하는데, 어느 누가 다음 사람 좋으라고 세대교체를 하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세대교체를 '디지털 전환' 같은 용어로 바꾸면 한국 언론 시장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집니다. 네, 종이신문사 편집국장은 프로야구 감독처럼 계약직은 아닙니다. 대신 프로야구 감독은 성공하면 오래 자리를 지킬 수 있지만 편집국장 자리는 길어야 3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편집국장 임기가 끝난다고 회사 생활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또 한국 언론 시장이 전성기만은 못한 건 분명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다고 말하기도 곤란합니다. 자료를 구할 수 있는 가장 늦은 시점인 2017년 광고 시장 상황을 보면 신문에 여전히 1조40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 옵니다. 게다가 각 언론사는 광고 이외에도 수익 다각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상태. 요컨대 한국 종이신문사는 아직 그렇게 간절한 상황이 아닙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성공할 확률이 낮은 도전을 했다가 실패하면 괜히 커리어에 스크래치만 남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 어떤 대단한 업적을 남기지는 못해도 무난히 임기 다 채우고 임원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편집국장이 움직이지 않으니 당연히 그 밑에 있는 데스크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도 10년 넘게 기자 생활한 녀석인데 괜히 말끝마다 '윗분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아랫것'들은 당연히 답답해 죽습니다. 심지어 요즘 주니어 기자 가운데는 신문 레이아웃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이 기사라는 걸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최소한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면) 데스크톱 모니터로 보는 무엇인가가 기사였으니까요.
윗분들이야 하던 대로 하셔도 정년을 채우는데 별 문제가 없을 테지만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재미없게도 제가 생각하는 해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저널리즘 기본은 역시 책임감과 깊이입니다. 그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기자협회보는 새해를 맞아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 시리즈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 중 1편이 '뉴즘 누가 신문·TV로 뉴스 봅니까…언론만 침묵하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이 기사를 인용하면:
(독자와 시청자가 전통 미디어를 외면하는) 첫째 이유는 낮은 품질이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 위원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기레기나 가짜뉴스 논란이 신뢰도 상실의 원인이 아니다”면서 “진짜 이유는 낮은 품질의 기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쁜 기사를 쓰면서 반응이 좋길 원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의 기자들은 기사를 너무 빨리, 많이 쓴다”며 “요즘 기사는 아무리 길어도 3~4분, 1~2분이면 다 읽는다. ‘쓰려고 애 썼네’ 정도의 생각만 들 뿐 충분한 정보도, 맥락도 없다”고 말했다.
속보 경쟁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박홍빈씨는 “특종과 속보가 중요하다 보니 ‘속도 싸움’ 때문에 기사의 깊이가 얕고 실수도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기자들이 놓치는 지점도 많은 것 같다. 다양한 측면에서 사건을 탐구하는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수정 정책위원도 “단순히 ‘최초’ ‘단독’으로 뉴스를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에 확인이 덜 된, 미완성된 보도를 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며 “누가 먼저 보도했는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로 이미 경험했는데도 현실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은 너무 맞는 말이라서 한가하게 들리기도 하는 게 사실. 이 기사 내용처럼 "'좋은 기사가 많이 읽힌다'는 명제가 담보"되는 상황도 아닙니다. 그래도 될 때까지 해야 합니다. 그게 신뢰를얻는 길이라면 말입니다.
신뢰를 얻는 심플한 레시피가 있습니다. 첫 번째, 어려운 일을 잘해내는 겁니다. 두 번째는 그걸 반복하는 것이죠. 그런데 말이죠.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는 것으론 신뢰를 쌓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수천 번쯤을 계속해야, 그렇게 습관이 되어야, 고객들은 그 노력을 알아봅니다. ─ 제프 베조스
그래서 이 지점에서 디지털이라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깊이 있는 기사에 흥미를 더할 수 있으니까요. 뉴스 소비자가 누구인지도 좀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정체를 좀 더 분명하게 알면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커뮤니티가 생기면 네임드 유저도 생깁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종이신문사에서 디지털이라는 도구를 쓰는 방법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인턴 기자 '파워포인트' 실력을 빌려서 카드 뉴스를 예쁘게 만들고, '애프터 이펙트'에 있는 효과는 모두 써보겠다는 듯 화려한 동영상을 만들어 내기 바빴습니다. 디지털에 흥미는 있었는지 몰라도 깊이는 없었습니다.
물론 그런 걸 디지털 전환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종이신문사에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건 뉴스 소비자가 '디지털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이 세상 모든 게 편리해졌는데 뉴스만 옛날 방식으로 소비하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디지털은 종이신문사가 동시대성을 회복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오하원칙(5W)'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언론이 할 일을 다 했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런 정보는 이미 널려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비욘드 뉴스'에서 미첼 스티븐스는 5W 대신 △ 2informed(교양있고) △intelligent(지적이며) △interesting(흥미롭고) △insightful(통찰력있고) △interpretive(분석적인) 등 5I가 뉴스를 쓰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종이신문사는 어떻게 해야 이렇게 5I를 기본으로 뉴스를 쓰게 될 수 있을까요? 인사권과 편집권에서 문제가 비롯됐으니 이 쪽을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종이신문사에 '와일드카드'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를 도입해도 기본적으로 모든 인사는 계속 편집국장(혹은 그 윗선) 권한입니다. 단, 부서별로 와일드카드 쿼터를 두고 '잡 포스팅'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겁니다. 경력직 기자를 뽑을 때처럼 '우리는 지금 이런 선수가 필요하다. 당신이 이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증명하라'고 사내 공고를 내고 실제로 영입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적어도 제가 다니는 공장에서는) 알음알음 이런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 아무 강제력도 없고 이런 의사를 실제 인사권자가 알게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를 공식화하자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포스팅에 응한 이들만 꼭 5I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럴 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권 문제도 저는 '발제 포스팅'이 문제 해결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제'는 (조간지는 전날 아침에) '내일 이런 저런 기사를 쓰겠다'고 보고하는 과정 또는 그 문건을 가리킵니다. 종이신문사에서는 어떤 기사를 발제하는 기자가 그 회사에서 그 분야 제일 전문가일 때도 많지만 역시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자기 나와바리(繩張り)에서 벌어진 일이라 의무적으로 발제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 이럴 때는 진짜 기사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그러니 (예를 들어 사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곳에 발제를 공개하고 자신이 그 기사를 맡아야 하는 이유를 쓰게 하는 겁니다. 이것도 이미 기자끼리 '야, 너 이 쪽 잘 알잖아. 좀 도와줘'하는 식으로 알음알음 진행하고 있는 일입니다. 어떨 때는 사실상 A 기자가 기사를 썼는데도 그 나와바리 담당인 B기자 이름으로 기사가 나갈 때도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자는 겁니다. 이렇게 한번 그 분야 '빠꼼이' 검증을 거치면 기사 가치도 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편집권은 이런 발제 포스팅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네이버가 이미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 맞춤형 메인 화면 정도는 시도해야 합니다. 이런 추천 시스템 구축은 사실 머신러닝을 배울 때 제일 먼저 연습하는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의지만 있다면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런 화면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논의하려면 지금까지 쓴 것보다 더 긴 글이 필요할 겁니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느냐? '우리'가 주목한 기사는 지금보다 훨씬 키우고 '남들'이 다 쓸 것 같은 기사는 지금보다 더 작고 드라이하게 처리하면 됩니다. 이 정도 '우라까이(裏かい)'를 담당할 '잉여 전력'이 없는 종이신문사는 없으리라고 장담합니다. 그리고 사실 종이신문에서 바이라인만 없애면 신문 만드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더 수월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렇게 안 될 겁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윗분들이 정년퇴직하는 그 날까지 종이신문사가 망할 확률이 제로(0)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저는 디지털뉴스팀원으로 제가 느끼는 동시대의 언어를 구시대의 언어로 바꾸기 바쁩니다. 또 디지털 언어를 아날로그 언어로 바꿔서 '우리가 다 했던 것'이라고 번역하기 바쁩니다. 이 회사가 제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현재 생각으로는 이 회사에서 정년을 맞을 것 같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오늘도 종이신문사는 세상도 '우리'처럼 아주 천천히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윤전기를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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