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올해 9월 2일 페이스북에 남겼던 글. 우연히 위에 있는 JTBC '방구석1열' 캡처 사진을 보고 블로그에 옮겨두지 않은 게 생각나 옮겨 놓습니다.
• 얼마 전 운전을 하다가 앞차 번호판이 괜히 반가웠던 적이 있다. 차 번호가 옛날 우리집 전화번호와 같았기 때문이다.
살면서 그런 번호 조합을 처음 본 건 아니었을 것 같지만, 그 차 번호는 '○○국 ○○○○'였기에 그대로 소리내서 읽기만 하면 옛날 우리집 전화번호였다.
•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전화번호를 남한테 이야기할 때 /국/이라는 소리를 전혀 쓰지 않는다. 저 전화번호도 요즘이라면 ''○○에 ○○○○'라고 읽거나 아니면 그냥 ''○○ ○○○○'이라고 소리낼 거다. 국번이 세 자리(이상)로 바뀐 뒤 생긴 일일까.
이렇게 쓰고 보니 분명 예전 라디오에서 '지역번호 02에 ○○○국에 ○○○○'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는 걸로 봐선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확실한 건 분명 /국/이라는 소리는 전화번호와 아주 멀어졌다는 사실이다.
•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 동네 간판에는 국번 없이 그냥 '☏ ○○○○'라고 적은 경우가 많았다. 원래는 국번없이 네 자리만 돌려도 전화를 주고 받을 수 있었고, 국번이 생긴 뒤에도 동네가 전부 같은 국번을 썼기 때문에 국번을 따로 적을 필요가 없었다. (사실 지금도 010번호끼리는 010을 앞에 누르지 않아도 전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내 이름을 지어주신 이웃 할아버지댁을 우리 동네 사람들은 흔히 '4번집'이라고 불렀는데 그건 옛날 그 집 전화번호가 그냥 4였기 때문이다. 가정집 전화번호가 한 자리였다니 전화가 얼마나 적었는지 알 수 있다.
• 예전에는 전화국에서 동네별로 국번을 할당했기 때문에 이사를 가면 국번이 바뀌었고, 원래 쓰던 사번(私番·전화번호 맨 끝 네 자리)을 다른 사람이 쓰고 있으면 사번도 바꿔야 했다.
우리집에서 제일 오래 쓴 사번은 3800이었는데 (38 장땡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본가 전화번호는 (그리고 내 휴대전화 번호도) 끝 두 자리만 00을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3800이라는 비밀번호를 하나도 쓰지 않아 이걸 공개할 수 있다.)
• 이상 아재 놀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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